한 투수의 시선으로 본 오승환의 피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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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서 1-1 동점이던 9회 1사 1루서 마운드에 올라 4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8개나 잡아내는 괴력투를 보여줬다.
하지만 마지막 한 방에 고개를 숙였다. 투구수 50개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연장 13회초 오재일을 상대로 던진 초구, 53개째 공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그의 눈부신 투혼에도 이 한 방으로 고개를 떨궈야했다.
경기가 두산의 승리로 끝나고 대구구장의 뜨거웠던 열기도 잦아들 무렵, 이 경기를 지켜보던 국가대표 경력을 갖고 있는 한 투수가 말했다. “포수가 바깥쪽에 앉을 때 홈런 맞겠다 싶었습니다.”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재일의 전 타석(10회) 삼진 잡을 때를 다시 한 번 보라. 포수 진갑용의 리드를 유심히 보라.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코스로 직구(4구째)에 파울을 치는 반응을 보고 움찔했고 그 이후 몸쪽 높은 공을 던질 때도 살짝 바깥쪽으로 빠지니까 진갑용이 바로 오승환에게 ‘확실하게 던지라’는 식의 주의를 주더라. 아마 바깥쪽은 위험하다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선 바로 몸쪽 승부로 가져가 루킹삼진을 잡아냈다. (오재일의 첫 타석)14구째의 바깥쪽 직구는 타이밍이 맞았지만 파울이 난 것이고 (힘이 조금 떨어진) 53구째는 정타로 맞은 것이다.”
이날 선발포수로 나선 진갑용은 11회까지 오승환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다 1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를 친 뒤 대주자로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12회부턴 이지영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선 13회초 1사 후 오재일을 상대로 이지영이 초구 사인을 낸 후 바깥쪽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하지만 코스가 약간 안쪽으로 조금 몰리고 말았다. 13회까지 150km가 넘는 묵직한 돌직구를 뿌려대던 오승환도 약간의 실투에 당하고 말았다.
야구에 가정은 아무 필요없다지만 그는 한 마디를 더했다 .“아마 그대로 진갑용이 그대로 앉았다면 홈런은 안맞았을 것이라 장담한다. 진갑용이었으면 바깥쪽이라면 완전히 빠져서 초구 볼부터 시작했거나 몸쪽으로 계속 초구부터 가지 않았을까 싶다. 오승환은 실투가 거의 없었다.”
마무리투수가 50개 이상을 던져서, 힘이 떨어져서, 실투라서 홈런을 맞은 것이 아니라 볼배합의 실수라는 것이었다. 오재일 상대로 애매하게 바깥쪽 승부를 가져간 부분, 포수들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또한 경기 중 포수는 교체되고 투수는 그대로 갈 경우, 이전 타석에서 그 타자와 어떤 승부를 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사라지게 된다. 투수의 공이 어느정도 오고 있는지에 대한 변화에도 둔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지영이 나쁜 포수여서가 아니라 정보 부족이 가져 온 아픈 결과라고 풀이하는 것이 옳다.
그러면서 이 투수는 “박경완 같은 포수는 전타석, 전게임까지 보면서 볼배합을 한다고 하는데, 전타석 볼배합도 고려하지 못하고 쉽게 승부를 들어갔다면 이렇게 큰 경기에선 너무 아쉬움이 남는 결과가 아니겠는가. 모두에게 좋은 공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오승환의 피홈런 장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설명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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