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1일 목요일

[순스포츠 MLB 통신] 보스턴, 다저스와의 블록버스터 트레이드. 그 후 1년


[순스포츠 MLB 통신] 보스턴, 다저스와의 블록버스터 트레이드. 그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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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패럴 감독(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순스포츠 : 김중겸 ] 지난해 8월 말, 깜짝 뉴스가 전해졌다. 보스턴과 다저스의 4대5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된 것이었다. 보스턴은 아드리안 곤잘레스와·조쉬 베켓·칼 크로포드·닉 푼토를 내주는 대신 다저스로부터 제임스 로니, 그리고 알렌 웹스터와 루비 데라로사를 포함한 마이너리거 4명을 받아왔다. 보스턴에서 다저스로 건너간 네 명의 잔여 연봉 총액만 약 2억 7천만 달러로, 웨이버 기간 중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트레이드였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이 트레이드를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로 지칭하기도 했다.
약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현지 언론은 트레이드에 대해 ‘다저스는 현재, 보스턴은 미래를 선택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얼핏 보면 양 팀의 균형추가 전혀 맞지 않는 듯한 트레이드의 맹점은 보다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보스턴이 트레이드를 추진한 가장 큰 이유는 고액 연봉자들의 처분에 있었다. 보스턴 팬들이 지난해의 추락을 지켜보면서 더욱 답답함을 느꼈던 것은, 작금의 상황을 타개해 나갈 보스턴 구단의 자금 유동성이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1년 9월 대 추락과 함께 촉발된 ‘치맥 사건’에 이어 발렌타인 감독의 부임으로 무너진 팀 케미스트리를 회복할 방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구단주와 천문학적인 금액의 중계권료를 체결함으로서 돈 방석에 앉은 다저스가 때마침 나타났고, 보스턴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초 다저스가 원한 선수는 아드리안 곤잘레스였다. 하지만 기회를 잡은 보스턴이 곤잘레스만 쉽사리 보낼 리 없었다. 보스턴은 이미 팬들에게 낙인찍힌 베켓과 부상으로 신음하는 크로포드를 함께 보내는데 성공했으며, 가장 중요했던 점은 2억 7천만 달러의 잔여 연봉 중 4.4%에 불과한 1,200만 달러의 연봉만 보조하는데 합의했다는 사실이었다. 보스턴의 쉐링턴 단장은 전임 옙스타인이 떠나면서 남겨놓은 자취를 완전히 지워버림과 동시에 완벽한 새판 짜기가 가능한 수준의 거래를 성공시킨 것이었다.
꽉 막힌 혈이 뚫려버린 보스턴은 겨우내 그레인키, 해밀턴등의 대형 FA 대신 알짜배기 8명의 FA를 영입했다.
   뎀스터 2년 2,650만 달러
우에하라 1년   425만 달러
   한라한 1년   704만 달러
      로스 2년   620만 달러
      드류 1년   950만 달러
   나폴리 1년   500만 달러 (인센티브 800만 달러)
      곰스 2년 1,000만 달러
빅토리노 3년 3,900만 달러 
이들의 총 연봉 규모는 1억 700만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빠져나간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또한 이들 8명의 올 시즌 연봉 총합은 약 6,000만 달러(평균 750만)로 크로포드․곤잘레스․베켓 세 선수의 올 시즌 연봉 합인 5,700만 달러(평균 1,900만)보다 300만 달러 많을 뿐이었다. 꾸준한 활약을 펼친 곤잘레스를 제외하고 2천만 달러의 연봉으로 .283의 타율과 .329의 출루율을 기록한 리드오프 크로포드, 1,575만 달러를 수령했으나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베켓을 고려하면 비용대비 효율성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보스턴의 페이롤은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낸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1억 5천만 달러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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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턱수염 열풍을 이끈 자니 곰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개막 전만 해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점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기존의 양키스․템파베이, 지난 시즌 15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볼티모어, 그리고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성공한 토론토의 틈바구니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보스턴은 세인트루이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 승률을 기록함과 동시에, 밤비노의 저주를 깬 2004년 이후 가장 많은 승수를 챙기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유일하게 팀 득점 800점을 넘기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지난해 리그 평균자책점 12위(4.70)를 기록했던 마운드도 올 시즌 리그 6위(3.79)로 뛰어오르며 투․타의 균형을 맞춰나갔다. 무엇보다 보스턴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기복이 적은 팀이었는데, 30개 팀 가운데 시즌 내내 단 한 차례도 4연패 이상을 당하지 않은 팀은 보스턴이 유일했다.
보스턴 투수코치 출신인 페럴 감독의 영입은 마운드의 안정으로 이어졌다. 페럴은 자신의 애제자들인 레스터와 벅홀츠의 부활은 물론, 최악의 영입이 되는 듯 했던 존 래키마저 되살려 놓았다.(ESPN에 따르면 페럴 감독이 부임 후 가장 먼저 중점을 둔 부분이 바로 래키를 다독거리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부상으로 신음한 오티즈는 2007년 이후 6년 만에 3할-30홈런-100타점에 복귀했으며, FA버프를 받은 엘스버리 역시 지난해의 부상 악몽에서 빠져나왔다. 시즌 중반 연장 계약을 체결한 페드로이아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서도 통산 네 번째 3할 타율 입성에 성공했다.
기존 선수들외에 올 시즌 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활약도 결정적이었다. 비록 뎀스터와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한라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우에하라는 지난해 베일리에 이어 올 시즌 한라한까지 2년 연속 마무리 영입 실패라는 기억을 보스턴 팬들로 하여금 완전히 잊게 만들었다. 빅토리노는 통산 자신의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함과 동시에 부상으로 40경기에 결장하면서도 세 번째로 많은 홈런과 타점, OPS를 기록하며 3년 계약의 첫 해임에도 자신의 커리어 하이 성적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놓았다.
메디컬 체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3년간 3,900만 달러의 계약이 1년간 500만 달러 계약(인센티브 포함 최대 1,300만)으로 쪼그라들며 본의 아니게 FA 재수생이 된 나폴리는, 데뷔 후 가장 많은 타점과 2루타를 기록하며 오티즈를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또한 타석 당 투구수 4.59개(지난해까지 통산 4.25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하는등 그가 보여준 눈 야구는, 보스턴 타선의 올 시즌을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드류는 지난해 보스턴의 가장 큰 구멍 중의 하나였던 유격수 공백을 공․수에서 훌륭히 메웠으며, 보스턴이 애당초 로스에게 기대했던 부분은 공격이 아닌 수비 부분이었다. 곰스는 초반 극심한 부진 속에 다니엘 나바와 플래툰으로 기용되는 상황속에서도 후반기 반전으로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하며 포스트시즌에서는 주로 선발로 나섰으며,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의 결승 3점 홈런은 앞선 두 경기를 허무하게 내준 보스턴이 승기를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홈런이었다.(스프링캠프부터 턱수염 열풍을 이끈 선수가 바로 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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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노(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PS 보스턴 결승타점
DS                              
1차전: 드류        
2차전: 오티즈       
4차전: 빅토리노      
CS
2차전: 살탈라마키아                  
3차전: 나폴리(HR)
5차전: 나폴리(HR)
6차전: 빅토리노(HR)
WS
1차전: 나폴리
4차전: 곰스(HR)
5차전: 로스
6차전: 빅토리노


무엇보다 영입 선수들의 활약은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났다. 우에하라는 4차례의 ‘4아웃 이상 세이브‘포함 총 7개의 세이브로 단일 포스트시즌 타이기록을 세웠다. 나폴리는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과 5차전에서 결승 솔로 홈런에 이어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1회 결승 3타점 적시타를 때려냈으며, 보스턴이 시리즈 승리를 결정지은 DS 4차전, CS 6차전, WS 6차전 모두 결승타의 주인공은 빅토리노였다. 보스턴이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11승 가운데, 나폴리와 빅토리노 포함 올 시즌 새로이 보스턴에 적을 둔 5명의 타자가 올린 결승타점은 무려 9차례였다.
지난해 지구 최하위에서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보스턴 팬들은 1년 만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가는 길을 경험했다. 물론 올 시즌 뒤 보스턴에게 주어진 과제도 만만찮다. 엘스버리와의 재계약 문제부터 나폴리, 그리고 이제는 위상이 완전히 달라진 우에하라와도 함께 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불펜의 두터움 역시 보스턴이 오프시즌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기엔 보스턴의 지난 1년은 너무나도 극적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시작은 지난해 다저스와의 블록버스터 트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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