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롯데 장성호, “내년 시즌 마치고 은퇴? 고민 중”

롯데 장성호, “내년 시즌 마치고 은퇴?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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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가 내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예정임을 시사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두 번의 트레이드, 세 번의 트레이드…. 나도 그랬다. 가슴이 쿵쾅쿵쾅….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잘해야겠다는 맘보다 난 눈물이 핑 돌았다. 슬픈 맘은 아니지만, 서러웠던 것 같다. 나그네인생…. 자유로워 보이지만, 참 외로운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은 외롭고 홀로 걸어가야 하는 길인데…. 상현아!! 힘내라…. 어차피 걸어가야 할 길이라면 고독과 외로움도 다 너의 길로 만들어라…. 파이팅^^.’
위의 글은 롯데 자이언츠 장성호(36)가 김상현의 SK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그 또한 KIA에서 한화, 그리고 롯데로 트레이드되며 아픔을 겪은 터라 LG에서 KIA, 그리고 SK로 향한 김상현의 심경을 공유하면서 후배를 응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장성호는 선수들 사이에서 ‘야구계의 이외수’로 불린다. SNS에 올리는 글 솜씨가 웬만한 작가 못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술 조금 마시고 글을 쓰면 시인, 술을 많이 마시고 쓰면 이외수’란다.
“갈수록 입지 좁아드는 걸 느꼈다”
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성호와 오랜만에 만났다. 그의 생일 모임에서였다. 야구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성호를 보면서 나이 많은 선수들의 ‘외로움’ ‘번민’을 느낄 수 있었다.
장성호한테 올시즌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한화에서 트레이드돼 롯데 유니폼을 입은 후 처음 맞는 시즌이라 어느 해보다 준비도 열심히 했고, 부상을 염려해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시즌을 맞이했지만, 그에게 펼쳐진 현실은 암울, 그 자체였다.
“감독님이 날 신뢰할 수 있도록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크다.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시즌 초반부터 2군으로 내려가면서 의욕이 떨어졌다. 조금 더 기회를 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받아들였고, 열심히 몸 만들어서 다시 1군에 올랐다가 하루 만에 부상을 당해 다시 2군으로 내려와야 했다. 팀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참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막판에 탄력 받고 힘을 내긴 했지만, 어느 해보다 아쉬움이 많았던 한 시즌이었던 것 같다.”
한화에서 3년, 그리고 롯데에서 한 시즌을 보낸 장성호.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한화에서보다 롯데에서 더 어려운 시간을 맞이했다. 한화 이적 당시에는 어깨가 아프지 않았지만, 롯데로 옮길 때는 어깨가 좋지 않아 겨우내 재활에 매달렸었다. 더욱이 롯데에선 시간이 갈수록 내 입지가 좁아들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아무리 노력하려 해도 의기소침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과연 내가 이 팀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과연 팀에서 날 필요로 하긴 하는 건가? 하는 갈등이 생겼다.”
장성호는 9월 30일 2000경기 출장 기념행사를 치렀다. 현역 선수 가운데 200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는 SK 박경완에 이어 두 번째다. 전준호와 양준혁에 이어 2000경기-2000안타-1000득점까지 동시에 기록하는 세 번째 선수였다. 그런데 장성호는 2000경기 출장 행사를 치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96년 해태 입단 후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덕분에 얻게 된 기록이지만, 내가 너무 오래 (선수생활을)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때는 기록 경신을 목표로 세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목표는 사라졌다. 나이를 먹다 보니 아프지 않고 시즌을 보내는 게 최고다.”
그런 점에서 장성호는 LG 이병규가 대단한 선수라고 말한다. 77년생도 때론 야구가 버겁다는 걸 느끼는데, 74년생의 빛나는 활약은 잠시 의기소침했던 그를 흔들어 깨우는 울림으로 다가온 것이다.
“병규 형이랑 사적으로 얘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조)성환이 형을 통해서 그분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베테랑들에게 희망과 교훈을 주는 선배이다. 가끔 그 형이 타석에 서는 모습을 볼 때, 가슴 밑바닥에서 진한 뭔가가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걸 느낀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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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 7회말 롯데 장성호가 동점 스리런 홈런을 친 뒤 강민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응용 감독 인터뷰, 설마 했다”
장성호는 얼마 전 지인들로부터 많은 문자를 받았다. 한화 김응용 감독이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 내용 때문이다. 김 감독은 그 인터뷰에서 송창현의 트레이드가 성공적이었다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아프다고 연습 안하는 것을 제일 싫어해. 장성호가 연습도 제대로 안 해. 트레이드 얘기가 나와서 송진우 코치 등 주변에 물어보니까 ‘수비가 안 된다. 2할5푼 정도 밖에 못 칠 것이다’는 얘기를 듣고 트레이드를 했지. 장성호는 고졸 후 내가 (해태로) 데려 왔잖아. 이제 한계가 왔고 송창현은 장래성을 본 거지’라고 대답했다. 이 인터뷰를 본 지인들이 장성호에게 문자로 다양한 감정을 쏟아냈던 것이다.
“나도 문자보고 그 기사가 나온 줄 알았다. 그것도 가족여행 가서 기사를 접한 것이다. 참으로 복잡다단했다. 당시 연습을 하지 않은 건 어깨 재활 때문이었고, 그에 대해 코칭스태프에게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했는데…. 신인 송창현과 트레이드 되면서 창피하기도 했었다. 여긴 프로니까, 비즈니스의 세계니까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뭐, 누굴 탓하겠나. 야구 못한 내 탓이지.”
장성호는 5월에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갔다가 6월 초 1군 복귀, 하루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경기 중 부상으로 팔꿈치 인대가 늘어난 것이다. 당시 깁스를 한 채 집에 돌아온 아빠를 본 아들이 장성호를 보고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야구하지 말라며 울더라. 어린 아들이 우는 걸 보니까 나도 마음이 안 좋았다. 나중에는 나도 울고, 와이프도 울고…. 그때 딸이 나타나선, ‘아빠 나이 먹으면 다 그래요. 또 열심히 하셔서 1군 올라가면 되잖아요’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소리에 울고 있던 세 명이 모두 빵 터졌다. 아이들 눈에는 자꾸 아픈 아빠의 모습을 보기가 힘겨웠을 것이다.”
당시 장성호는 자신의 SNS에 이와 관련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아빠 야구 그만두면 안돼요? 우진이가 나에게 문득 이런 얘기를 했다, 눈가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리면서…. 아빠가 아프면서 야구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면서 9살짜리 우리 아들이…. 결국엔 같이 울었다. 옆에 있던 아내도 울고…. 우리 아들 진짜 많이 컸네. 벌써 내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하고…. 아들!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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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을수록 선배들의 존재감이 많이 떠오른다고 말하는 장성호.(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고참? 현실은 서럽다!
장성호는 올시즌 유독 ‘나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서른 살 넘어가면서 9년 연속 3할을 치던 ‘스나이퍼’의 위용은 점차 사라졌지만,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는 자부심은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고참이 주는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걸 실감했다.
“이전 (이)종범이 형이 KIA에 있을 때, 굳이 큰 활약을 하지 않아도, 종범이 형이 벤치에 앉아 있으면 왠지 더그아웃이 든든해 보였다. LG 병규 형이 성환이 형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들었다. ‘고참이 뭐 있냐? 감독이 믿어주면 가는 거지’라고. 막상 내가 고참이 돼 보니까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선배, 감독이 믿어주는 고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게 현실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때 안타까움이 컸지만, 내가 만약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면, 지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KIA는 물론, 한화에서도, 그리고 롯데에서도 아프면서 배우는 중이다.”
이젠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할 때
장성호는 조심스럽게 ‘은퇴’ 얘기를 꺼냈다. 내년 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물러날 생각을 처음으로 밝혔다.
“내년 성적이 어떻게 채워질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년이 마지막 시즌이 될 것 같다. 사실 프로 생활 20년을 채우고 싶었다. 내년이 19년째인데, 숫자에 연연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와이프한테도 마음의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해뒀다.”
올시즌을 보내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는 장성호. 선수생활하면서 가장 아쉬운 일로 골든글러브 수상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잘할 때는 (이)승엽이 형이 펄펄 날았고, 승엽이 형이 일본으로 떠났을 때는 김태균과 이대호가 양강구도를 형성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덧붙여서 그는 “내가 타격왕과 출루율 1위를 할 때도 승엽이 형이 3할2푼에 홈런 47개, 128타점을 치는 탓에 골든글러브 수상은 매번 그 형의 차지였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은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던 장성호가 갑자기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하루짜리 계약을 한 뒤 친정팀에서 은퇴한 메이저리그 거포 팻 버렐 얘기를 꺼냈다.
“당시 팻 버렐이 자신이 뛰었던 팀에서 은퇴를 하기 위해 필라델피아와 하루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붉은색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퇴장을 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만약 내가 은퇴를 한다면 하루짜리 계약이든, 어떠한 형태이든, 허락이 된다면 14년을 몸담았던 KIA 타이거즈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야구인생을 마무리 짓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식만큼은 KIA에서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고참이 되면서 이 팀, 저 팀 떠돌다보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
은퇴 후 지도자 연수나 방송 해설 등 다양한 진로를 구상 중에 있다고 말하는 장성호. 마무리는 장성호의 SNS에 올려져 있는 글로 매듭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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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바람대로 은퇴식을 친정팀에서 치를 수 있을까? 고참의 버거움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장성호를 기대해본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외로움…. 예전 이종범 선배님이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나이 먹어 봐라 외롭다. 너희도 분명히 외로울 것이다…. 무심코 지나갔던 그 시절 그 얘기들이 이제야 내 마음을 서늘히 적시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아직 내 주변에는…. 근데 외롭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것임을 아는데…. 요즘 더하다. 많은 생각들로….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갈대 같은 내 마음이…. 힘내자고 외치지만, 그래도 외롭다, 비가 왔음 좋겠다. 빗소리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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