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기브니] '욕설 파문' 에브라가 정말 잘못한 것일까?
리자라쥐와의 언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에브라 ⓒ gettyimages/멀티비츠
|
[앤드류 기브니 : 데일리미러 칼럼니스트] 1993년, 프랑스는 1994 미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말그대로 눈앞에 두고 있었다. 홈에서 불가리아와 1-1로 비기고 있는 상태로 경기가 끝나면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수 있었다. 파리 생제르맹, 뉴캐슬, 토트넘에서 전설적인 활약을 펼친 다비드 지놀라가 상대 진영 코너에서 공을 잡았을 때 정규 시간 90분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놀라는 시간을 끄는 대신 크로스를 선택했다. 크로스는 길었고, 불가리아가 공을 잡아 한 번에 프랑스의 뒷공간으로 넘겨버렸다. 이를 잡은 코스타딘 코스타디노프가 베르나르 라마 골키퍼를 무너트리는 골을 터트렸다.
반격할 수도 없었다. 파크 데 프린스 경기장에는 패배의 침묵이 흘렀다. 오늘날까지도 지놀라는 미국 월드컵 진출 실패로 비난을 받는다. 물론 프랑스는 이어진 1998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유로 2000에서도 정상에 올랐지만, 프랑스 언론과 팬들은 오랫동안 원한을 품는 걸 좋아한다. 지놀라와 에릭 칸토나는 두 번 다시 대표팀에서 뛰지 못했고, 프랑스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두 스타가 조국을 대표할 기회를 다시는 잡지 못한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큰 실수를 저지른 것에 대한 처벌인 셈이었다.
요즘 프랑스는 당시와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하게 됐는데, 2차전을 홈인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치른다. 승리 이외의 결과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는 유로 2016을 개최하기에 앞서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염원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재앙과 같은 성적을 기록했기에,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어떠한 논란거리도 있어서는 안 됐다. 그런데 역시나 논란거리가 생겼다.
잉글래드 언론도 대표팀 문제에 있어서는 자폭 버튼을 누르기로 유명한데, 프랑스의 자폭 버튼은 훨씬 크고 강력한 것 같다. 파트리스 에브라는 일요일 아침 인기 방송인 '텔레풋'에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에브라는 1998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비센테 리자라쥐와 텔레풋의 다른 몇몇 해설가들을 '놈팽이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지난 9월 벨라루스와의 월드컵 예선전 당시 하프타임 때 에브라가 즉흥적으로 나서서 동료들을 격려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 경기에서 에브라는 교체로 투입됐을 뿐이고, 프랑스는 4-2로 승리했다.
에브라는 "몇몇 해설가들과 정리할 문제가 있다. 그들은 프랑스 국민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사실은 전혀 아니다. 리자라쥐는 내게 무슨 악감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세계 최고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두 번이나 뽑히고,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네 번이나 뽑혀서 그런 것 같다. 리자라쥐는 한 번이나 뽑혔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나를 잘 대해준다. 이 놈팽이들이 내 이미지를 더렵히려고 해도 소용없다. 거짓말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자라쥐는 "나도 세계 최고의 왼쪽 수비수로 한 번 뽑힌 적이 있다. 우리가 에브라의 이미지를 더럽힌다고 하는데, 그 자신도 처신을 참 잘하고 다닌다. 이런 말을 하는 시점도 형편없다"고 답했다.
리자라쥐의 말은 옳다. 에브라가 리자라쥐를 공격한 시점은 정말 최악이다. 대표팀이 3연승을 거두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는 바로 그 시점이었다. 이제 언론은 우크라이나와 격돌할 11월까지 에브라의 발언을 계속 언급할 것이다. 에브라도 옳은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 시점 때문에 묻히게 됐다.
프랑스 대중은 에브라를 두고 두 파로 갈린다. 어떤 이들은 에브라가 남아공 월드컵 내분의 책임을 지고 다시는 대표팀에 뽑히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많은 이들도 여전히 에브라의 경기 태도를 문제 삼으며 그가 대표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밑에서 에브라는 맨유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우승을 차지하고, 여러 번 주장 완장을 차기도 했다. 퍼거슨은 나쁜 태도를 보이는 선수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감독이었다. 에브라가 그런 감독 밑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니 측면 수비가 약점인 프랑스 대표팀에서 뛸 자격은 충분한 셈이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최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애초에 리자라쥐와 몇몇 해설가들은 프랑스가 중요한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에브라가 즉흥적으로 나서서 선수들을 격려했다고 비판했는데, 이는 분명히 에브라에 대한 반감을 가졌다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그 일로 비판을 받는다면 에브라는 뭘해도 비판받았을 것이다. 대표팀 주장이 위고 로리스이긴 하지만, 꼭 완장이 있어야만 주장의 역할을 하라는 법은 없다. 에브라는 벤치에 있으면서도 경기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자신이 나선 것이었다.
프랑크 리베리는 오히려 에브라의 격려가 역전승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베리는 "이상한 경기였다. 특히나 전반에 꼬였는데, 에브라가 하프타임에 제대로 연설을 해줬다. 선수들 모두에게 좋은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리베리가 에브라의 행동을 칭찬했다면 에브라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어야 한다. 에브라는 맨유에서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인 퍼거슨의 지도를 받으며 주장도 여러 차례 맡았던 선수이고, 프랑스 선수들은 에브라의 풍부한 경험에 의지할 수 있었다. 단지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가 나서서 얘기를 했다고 비판받는 건 말도 안 된다.
에브라는 방송에서 한 폭언으로 프랑스 축구협회에 소환됐다. 대표팀 동료들은 여전히 그를 지지할 것이고, 디디에 데샹 감독까지도 발언의 시점이 나쁘기는 했지만 에브라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며 지지를 보냈다.
불운하게도 1993년의 지놀라처럼 에브라 또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데샹 감독은 복잡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에브라를 제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중요한 두 경기에서는 에브라처럼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필요할 것이다.
에브라가 축구협회에 가서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그에게는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부담감은 데샹 감독이 떠안게 됐다. 만일 에브라가 대표팀에 뽑혀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그를 향한 비판은 줄어들겠지만, 에브라의 충성심을 의심할 만한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에브라의 대표팀 경력은 오직 그 폭언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원한을 품는 걸 정말로 좋아한다. 못 믿겠다면 다비드 지놀라에게 물어보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